목청 높여 희망가를 부르고 싶다

태어나서 말을 알아듣기 시작하면 누구나 이것은 해도 좋고, 저것은 하면 안 된다는 언어의 통제와 때로는 무언의 압력까지 받게된다. 가정 내의 규율과 약속들이 지켜져야 가정의 평화가 지켜지듯이, 더 이상 인간적인 양심에 호소할 수 없는 최소한의 도덕적 가치들이 사회적 약속으로 규정지어져 ‘법’이라는 이름으로 질서를 유지하게 한다.
대한민국은 대다수의 힘없는 일반 국민들에게는 법을 지킬 것을 강요하고, 힘 있고 빽 있는 소수의 권력층에게는 적당한 선에서 탈법을 눈감아 주는 무법천지(?)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물질을 우선시 하는 가치관에 휘둘리는 많은 이들이 돈을 따를 것인가, 양심을 따를 것인가 갈등을 하게 되고, 한순간 유혹을 이기지 못해 양심을 포기하게 되면 욕망의 실현을 향한 일편단심으로 그 숱한 탈법의 비리들이 세상에 쏟아져 나오게 된다.
물론 살아가다 보면 자의든 타의든 죄 한번 안 짓고 살수는 없다. 평생을 휴지 한번 버리지 않고, 신호등 한번 안 어기고, 도덕적 양심과 법대로만 살아온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죄질의 정도차가 있게 마련이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죄를 지었을 경우에 법 적용에 형평성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음주단속이 심할 때 폭탄주를 마시면서도 단속된 검사가 있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국회의원 배지만 달면 죄가 있어도 무죄라는 냉소주의는 슬픔마저 느끼게 한다. 사회의 지도층이 범법자들 일색인데, 범법자들이 법을 만들고는 힘없는 국민들만 법을 지키라하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그야말로 법이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민들 대다수는 판사, 검사, 변호사, 정치인 등 지도층과 연루된 비리부패구조의 사슬이 사회 곳곳에 널리 퍼져있음에 한탄을 한다. 국민의 법허무주의는 법의 형평성과 공정성에 의문을 갖게 하고, 더 이상 의지할 곳이라고는 전혀 없는 유랑민이 느끼는 자괴감마저 지니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삶을 유지하기 버거워 한다. 먹고살기 힘들고, 공정한 사회 시스템을 그리워한다.
이제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해야 한다. 정치가 바로서야 나라가 제자리를 찾는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사법권이 독립을 선언하고, 모두가 제자리에서 자기의 몫을 성실히 해내야 한다. 그리해야만 특정권력계층이 사법적 특혜를 누리는 법의 정의를 말살하는 행위가 줄어들 테고, 그 토대 위에서 새로운 질서를 잡아나가야 한다. 새로운 출발은 지난날의 뼈아픈 반성과 참회를 전제로 한다.
2012년 새로운 체제를 약속하는 정치의 장이 열리기를 희망한다. 돌봄과 배려의 여성주의 가치를 실현하며 경쟁위주의 기존 정치판을‘돌봄 정치’의 장으로 전환 시켜야 한다. ‘돌봄의 정치’는 사회적 약자의 눈으로, 돌봄이 필요한 사람의 눈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정치이다. ‘돌봄의 정치’는 절차적 민주주의만이 아니라, 사회양극화로 인해 점차 생활이 불안정해지고 있는 다수 국민들을 위해 사회 안전망을 만들고 국민들의 필요를 적극적으로 돌보는 사회양극화 시대에 요구되는 실질적 민주주의이다.
정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을 ‘돌봄의 시각’으로 다시 볼 때 비로소 살아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지역이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안전한 지, 장애인들이 다니기에 불편함은 없는지, 노인들이 여가를 보낼만한 장소는 있는지, 지역 내 저소득 한 부모 가정을 위한 복지시스템은 잘 갖추어져 있는지 등등에 대한 세밀한 관심과 노력은 정치꾼이 아닌 ‘돌봄의 시각’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 정치에 참여할 때 가능해 진다.
정치꾼들의 경쟁정치는 사라져야 한다.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 여성의 목소리, 아동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왜곡된 정치의 틀을 바로잡아 갈 수 있는 참신한 일꾼들의 적극적 참여로‘돌봄의 정치’가 꽃피어나기를 소망한다.
여성운동의 굽이굽이마다 흔적이 배어있는 한 여성이 있다. 지치지 않는 그의 활동은 타고난 체력에 강인한 정신력 때문이었겠지만, 그녀는‘철의 여인’으로 불리면서 많은 활동가들의 신망을 한몸에 받아왔다.
여성운동을 하며 행복해 하던 사람, 올곧게 한 길로 세상의 변화를 위해 소리 없이 매진해오던 그녀가 돌봄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치유의 정치”를 이야기 하며, 힘든 길에 첫 발을 내디뎠다. 어려운 시기마다 온 몸으로 시대의 변화를 운동의 현장에서 이끌어온 그녀가 이제는 난국의 시대, 고삐 풀린 정치의 방향키를 돌려놓는 조타수가 되기를 희망한다. 냉철한 이성과 지칠 줄 모르는 그녀의 열정으로 새로운 운동의 역사가 써지기를 바란다. 목청 높여 정치의 희망가를 부르고 싶다.
어지러이 춤추며 내리는 눈을 맞으며 아무리 세상이 빠르게 변한다 해도 상식이 통하는 사회,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는 평등한 사회를 꿈꿔 본다.